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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움직임에… 은행권 “암호화폐 신규계좌, 준비 끝났다”

 

[에너지경제신문=이유민 기자] 금융당국의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 움직임에 은행권 역시 하나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계좌 개설을 시작으로써 시장 선점을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림1
◇ ‘출발선 바로 뒤에’ NH농협·IBK기업·신한은행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 계좌와 관련해 가장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는 곳은 농협은행이다. 현재 농협은행은 시중 6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 중 유일하게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규 계좌를 열어 놨다. 

다만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금융당국의 암호화폐 거래 규제성 발언으로 암호화폐 거래용 통장 발급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암호화폐 거래 목적’임을 밝히면 통장 발급에 제재가 가해지는 것. 암호화폐 통장 개설로 대포통장 이슈가 있어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계좌 발급 과정이 까다로워졌다는 게 농협은행 측 설명이다.

하지만 농협은행 계좌로 암호화폐 거래를 완전히 막아놓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중은행 중에서는 비교적 적극적인 편이다. 농협은행 계좌로 암호화폐 거래를 할 수 있는 거래소는 빗썸과 코인원 등 굵직한 대형 거래소로 이미 어느 정도 암호화폐 거래 시장의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한 곳들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와 관련해 어떠한 움직임을 보이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당국이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인다는 시그널을 보낸다면, 거기에 맞춰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준비태세에 들어갔다. 신규 계좌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는 막고 있지만, 기존 이용자들의 거래는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업비트, 신한은행은 코빗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두 은행이 언제라도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대한 기존 암호화폐 거래를 하던 고객들이 거래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거래 계좌와 관련해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업력이 길지 않아 정부가 발표한 ‘가상화폐 특별대책’ 조건에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신중을 기하는 것"이라며 "거래소가 정부의 조건을 충족한다면 신규 계좌 제공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 아직은 관망… 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국민·우리·하나은행은 적극적인 대응에 앞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에 당장이라도 뛰어들 수 있도록 실명 확인 계좌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사실상 당국의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 움직임이 보이면 곧바로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인 것.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요구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시스템은 구축해 놓은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아직 시스템을 고객에게 열어놓을 계획은 없으며, 신중하게 검토한 후 움직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더 신중한 모습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과 암호화폐 계좌 발급 서비스를 이어갔던 우리은행은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종료했다. 상반기 진행된 주전산 시스템 교체 작업을 이유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완료한 실명 확인 계좌 시스템 구축도 미뤄놓았다. 

하지만 기업 대상 거래인 ‘펌 뱅킹’ 부문 인프라에서 강점을 가진 우리은행인 만큼 시장 추이를 지켜본 뒤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암호화폐와 관련해 해킹 문제 등 리스크가 있어 시장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전산개발을 통한 시스템 구축은 시장의 흐름에 따라 발 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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